"우리 부부는 집값 대출금 원금 상환 시점(3년)까지는 아이를 절대 가지지 않기로 했어요. 한명이 육아휴직을 해버리면 돈 부담을 감당할 수 없잖아요."
최근 각종 직장인 커뮤니티에 사이에서는 "확실히 집값이 오른 것이 결혼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"는 반응이 나온다. 이들은 "집 사려고 서로 목돈을 모으고 나서 결혼하려다 보니 결혼 시기가 늦어진다"면서 "결혼이 늦어지면 아이 낳는 것도 또 다른 부담이 된다"고 입을 모았다.
5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(조세연)이 공공기관 종사자 30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시행한 결과, 기관을 타지역으로 이전하면 결혼할 확률이 12.7%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.
설문조사에 응한 603명 중 78%에 달하는 470명은 지역이동으로 인한 주거 계획 변경 문제, 결혼 후 장거리로 인한 다주택 문제 등이 결혼 부담의 주원인으로 꼽혔다.
내년 초에 결혼을 생각했었다는 직장인 A씨(34·남)는 "연애 5년 차인데 처음 결혼을 얘기할 때만 해도 내가 돈을 더 버는 상황이라 집값을 다 부담하기로 했었다"면서 "지금은 다니던 기관을 서울로 이전하게 돼서 상황이 바뀌었다. 자금 부담이 커져서 결혼 시기를 2년 뒤로 늦췄다"고 토로했다.
또 무주택자의 경우 주택가격이 100% 상승할 때 8년간 결혼할 확률이 4.1~5.7% 더 떨어졌다.
연봉 5000만원을 받는다는 30대 공무원 B씨는 "서울 중심부 20~15평 이상 집을 구하려면 구축도 7억이 넘는데 4억 이상 대출받아야 하는 상황이다"라면서 "그렇게 되면 월 200으로는 이자도 못 낼 것이 분명하다 보니 자연스레 결혼 생각도 접게 된다"고 토로했다.
이런 분위기는 8년 전부터 지속돼왔다. 2013~2019년까지 주택 가격이 100% 상승할 경우 출산한 자녀 수는 0.1명에서 0.29명으로 감소했다. 특히 무주택자의 경우 결혼 후 자금 부담으로 인한 출산 인원 감소 폭은 0.15~0.45명으로 더 컸다.
강동익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"신혼부부와 소형 저가 주택에 대한 지원은 혼인을 지원하는 관점에서 바람직할 수 있다"면서도 "이보다 더욱 강력한 지원의 필요성이 부각되는 출산 및 양육 단계의 가구들에 대한 주택지원은 현재 부족할 수 있다"고 설명했다.
그러면서 "주택가격 감소가 출산의 증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방 이전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기타 여러 부정적인 요인들에 대한 적극적인 해소 및 지원이 필요할 것"이라고 덧붙였다.
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@hankyung.com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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